이윽고 창석과 헤어진 소영은 지하철을 탈까 망설이다가 계속 걸었다. 어딘가 온난해진 탓에 이렇듯 생생하고 시퍼래진 추위를 느끼며 그런 심오한 균형의 원리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고 그래도 현실이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번 겨울에는 롱패딩이라도 한 벌 사야 하나, 외주비가 들어오면 그걸 그런 실물로 변신시켜 더 온난해져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다가 소영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의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대화를 나눈 창석이나 할머니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하지만 왠지 소영에게는 너무 중요해서 언젠가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잊기 전에 적어두었다. 어느 한파 속에 꾀병을 부리듯 침대에 누워 있던 대학 동창에게서 들었던 대화를, 적어도 소영의 머릿속에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적절한 격려와 존중처럼 느껴졌던 창석의 그 온난한 답변을.
– 김금희, 온난한 하루.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